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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트라우마: 국가의 책임과 치유 방안

아하! 종목 방터 2024. 6. 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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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로 군 복무 의무는 요구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트라우마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있지 않아요. 진상규명, 명예 회복, 남은 치유 과정까지 국가가 끌어안아야 합니다."

군대에서 아들을 잃은 한 엄마는 자신을 '우주에서 소외된 행성'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아들을 떠나보낸 슬픔에 더해, 주변의 무관심과 냉정한 반응은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습니다. 아들이 왜 죽음에 이르렀는지, 군대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국가에서 어떻게 조금이라도 갚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느라 엄마는 자신의 마음을 돌볼 여력도 없었습니다.

군 복무 중 발생하는 트라우마와 국가의 무관심

군복만 봐도 가슴 철렁…아무도 돌보지 않은 상처

2022년 11월, 최전방 GOP 부대에서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매일 밤 수면제에 의지해 겨우 잠자리에 듭니다. 사건이 아직 진행 중인데다 순직 처리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아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된 아들을 떠올리면 편히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아내는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가슴이 아파 더는 진료를 이어갈 수 없었습니다.

군에서 심리치료를 지원하겠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 결과 김씨와 그의 아내는 길에서 군인들을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합니다. 아들을 잃은 고통은 오롯이 그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자녀를 잃은 부모와 가족의 고통

군대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와 가족들은 수면제와 신경안정제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1년 육군훈련소에서 뇌수막염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고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 공복순씨도 '하늘이 깨지는' 것 같은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준 것은 국가가 아니라 같은 아픔을 겪은 유족들이었습니다. 유족들과 함께 아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치유를 느꼈습니다.

공씨는 군 인권침해나 사고 피해 당사자, 유족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돌려주고자 2016년 1월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민간에서 지속 가능한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운영 자금의 대부분이 후원금으로 이루어져 자금난에 시달리기 때문입니다. '함께' 역시 코로나19 이후 후원금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국가의 트라우마 관리 필요성

트라우마 관리의 중요성

"트라우마 관리라는 건 사건이 발생한 시점부터 이뤄져야 해요. 그런데 무슨 일만 터지면 숨기기 급급하고, 순직이냐 아니냐, 보훈보상대상자냐 국가유공자냐 따지느라 5년 이상이 걸리니까 국가랑 싸우는 시간에 트라우마 관리가 전혀 안 되는 거죠."

현재 국내에는 군 내 사건·사고로 생긴 트라우마를 국가적으로 관리하는 전문 센터가 없습니다. 이와 달리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강력범죄·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각각 스마일센터와 해바라기센터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군 관련 심리지원의 경우 국가보훈부에서 2018년 7월부터 심리재활집중센터를 운영해 개인 상담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 또는 단기 복무 후 제대한 군인들만이 지원 대상자에 해당합니다.

유공 관련 절차의 문제점

김형남 군 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작전 중 사망하는 경우가 아니면 국가유공자 대상이 되기 쉽지 않고, 군 내 사망의 80%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인데 그런 경우 보훈보상대상자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 관련자들이 제대로 된 트라우마 관리를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징병제로 군 복무 의무는 요구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트라우마는 국가에서 책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라우마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과 과제

국가의 책임과 신뢰 회복

군 복무 과정에서 생긴 정신적 상처를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이를 반영해 2017년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소방·군인을 대상으로 한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논의되지 못하고 제20대 국회와 함께 법안이 폐기되었습니다.

김형남 사무국장은 "군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이미지가 불신"이라며, "유가족들이 사건·사고 처리 과정을 겪으면서 군에 대해 느끼는 감정도 이와 비슷하기 때문에 신뢰 관계가 쌓여 있지 않은 상황에서 치유를 이야기하는 건 이들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언론에 조명을 받은 사건·사고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순직 처리를 결정하고, 합당한 징계와 조치가 뒤따라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치유와 명예 회복의 중요성

단순히 심리 상담만 진행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건 발생 시점부터 진상 규명, 명예 회복은 물론 남은 치유 과정까지 국가가 책임 있게 끌어안고 가지 않으면 센터의 존재도 유명무실해질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병행되어야만 피해 관련자들이 센터를 신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치유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군 복무 중 발생하는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피해는 개인과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국가가 이러한 트라우마를 관리하고 치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진상규명, 명예 회복, 그리고 치유 과정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여, 군 복무로 인한 피해자들이 고통을 덜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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